진짜를 예찬함

2019년 12월 18일 오전 06:13

awarener 2019. 12. 18. 06:13



차곡차곡 쌓은 쓰레기가
나를 채우고
세상으로 넘쳐
산도 들도 바다도
쓰레기장이다

본성이 주인인데
생각이라는 쓰레기가 나서고
산과 들과 바다가 주인인데
넘쳐나는 쓰레기만 보인다

과잉의 욕구가 초래한
과잉의 쓰레기들이
안과 밖을 점령했다

차곡차곡 쌓은
쓰레기와 대면하지 않으면
쓰레기는 치워지지 않는다
버린 것 하나 하나를 치우지 않으면
그대로 세상을 가로막고 더럽힌다

견고해진 내 안의 쓰레기를
직면함으로써
인정하고
지켜봄으로써
쓰레기로부터 해방된다

쓰레기에 가로막혀
생각도 행동도
길을 잃고
쉴 곳을 잃고
우왕좌왕 도피하고 외면한들
악취만 더해질 뿐이다

나를 온전히 직시하는 것
먼지 한 톨까지 온전히
알아차리는 것

억겁을 쌓아
화석이 돼버린 바위를
뚫는 힘은

오직 보고 또 보고
묵묵히 알아차림으로써
티끌 하나까지
깨끗이 치워져
원래의 청정이 드러난다

여여하고
명징하고
도도한
진짜 세상이
지금 여기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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