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온갖 오물을 묻혀
너덜너덜해진 걸레와 같다
근본 없는 얄팍한 앎들을 묻힌 채
멈추지 않는다
생각이 이끄는 대로
그 생각이 보여주는 대로
끌려다니면서
끌려다니는 줄 모른다
속으면서 속는 줄 모른다
생각은
믿을 대상이 아니라
지켜봐야 할 대상이다
전체를 모르고 시원을 모르기에
지켜보지 않는 한
근본 없이 얄팍한 생각은
지치지 않고 앞장을 선다
삶이 힘든 건
이 때문이다
생각에게 몽땅 맡겨 살다
길을 잃기 때문이다
애초에 길도 없고
계획도 없는데
길을 내고 계획을 세워
말몰이하듯
내달리기 때문이다
속지 마라
생각은 아무것도 모른다
경험만을 재생할 뿐이다
한정된 제 앎 안에서
죽느니 사느니 소설을 써댈 뿐이다
명징히 지켜보라
명징히 알아차리라
알아차리는 만큼
삶은 근원을 드러낸다
애씀 없이 모든 것이 여여해진다
애써 재단하고 자르고 비트느라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채
훈장에 위로받으려 하지 마라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머물면 된다
무엇을 하든 놓치지 않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