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앎을 믿고
세상을 믿고
눈앞에 보이는 것을 따라
열심히 살았는데
살수록 답은 없다
몸은 기력이 떨어지고
마음은 허망함만 커진다
왜 사는지 모른 채
바깥만을 향해 허겁지겁
욕망만을 다독이며
남들이 사는 대로
남들 말에 좌우되며 산다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삶을 의심하지 않는다
열심히 몸을 움직여
두려움을 덮고
즐거움을 좇아
정신승리하며
잘 살았다 자부한다
길의 끝에 희망이 있을 거라 믿는다
없다
죽음이 끝이다
에고는 죽음이 끝이다
질기디 질긴
고집을 장착하고
어리석음을 발판으로
어둠 속을 헤매는데
어둠인 줄 모른다
그런 에고를 믿고
오늘도 내일도
울고 웃으며
스토리를 펼친다
그것을 삶이라고 부른다
길은 제 안에 있는데
지금 여기 이 순간
텅 빔에 거하지 못한다면
어둠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죽음을 향해
맹렬히 비틀거리며
나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