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누구라고 진술하는가
무엇이라고 인식하는가
인식하든 못 하든
이 진술이 앞장서 길을 내고 있다
운명 탓
세상 탓
피해자 타령에 여념이 없다
보고 듣고 행위하는
모든 것이 엉터리에 기반하는데
제 생각을 믿고
견고히 신앙하는
어리석음을 부여잡고
그리 살 테면 살아야지
엉터리 집을 허물고
조작된 생각을 해체하고
내가 누군지 진정 알고 싶다면
간절한 물음이 있다면
바늘구멍처럼 작게라도
틈이 생긴다
생각에 틈이 생기고
습관이 비틀거리고
전자동 시스템에 에러가 생겨
에고가 당황한다
하던 대로
생각 대로
습관 대로
아무 것도 버리지 않고 고착되려는
에고의 고집을 직면하지 못하면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
모조리 엉터리인 생각을 몽땅 알아차려야 하고
이 악물고 살았던 삶 전체가 흔들려야 하고
견고하다 믿었던 모든 것이 뿌리 채 뽑히는
혼란과 불안과 절망을 마주해야 한다
에고가 예상하는 대로
순서에 맞게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우아하게 옮기는 발걸음이 아니다
에고의 강력한 저항을 지켜보아야 한다
단단히 너무도 견고히
동일시된 몰골을
알아차려
낱낱이 지켜보지 않으면
전자동 시스템은 즉각 가동되고 만다
만신창이의 혼란을 더 오래 겪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너머
도도히 여여히
원래 주인이었던
나가 나임을 아는 순간
붓다의 가리킴이
예수의 말씀이
살아서 내 앞에 펼쳐진다
죽은 언어가 아니라
산 언어이며 현재이며 실재인
진리를 그저 알아버리게 된다
오랜 에고의 진술과 저항과 교활함으로
자신을 가리고 변명하고 정신승리로 버틴들
초라하고 꼬질꼬질하게
장엄한 주인을 포기한
거지가 행세하느라
악취만 더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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