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 7

나는 空이다

모든 것이 생겼다 스러져도 空만 남는다 온갖 색깔과 모양이 만들어져도 空은 색깔이 묻지 않는다 어떤 모양도 되지 않는다 만유의 만유다 만물을 있게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없음이다 눈 귀 코 입 감각에 의지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전부인 줄 실재인 줄 알고 살았다 생각이 여기서 비롯되었다 모래 위에 지어진 집처럼 근본 없이 쉬 허물어질 데가 출처다 空만이 영원의 영원이다 나를 알기 위하여 무엇에 강고히 들러붙어 있나 보아야 한다 무엇과 동일시 하나 알아차려야 한다 나의 본질이 空인 줄 안다면 텅 빔이 나의 본성인 줄 안다면 온갖 것을 하고도 한 것이 없는 無爲의 爲가 된다 평화와 온유 사랑 휴식 풍요 어떤 이름을 붙여도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하느님 여래 道 空 無라 이른다

진짜를 예찬함 2021.01.07

神 팔이 부처 팔이를 누가 허용하는가

가짜들의 입으로 조작된 神에게 엎드려 절한다 성전이라 이름 붙여 神처럼 추앙하고 다듬은 돌탑에 머리를 조아린다 神을 팔아 장사하는 자들을 성직자라 떠받든다 부처를 모르는 승복들이 천도를 말하고 여래를 지껄인다 인간의 두려움이 건재하는 한 끝나지 않는 장사다 수지맞는 장사다 두려움을 자극하고 두려움을 확대하여 목 줄을 묶는다 이름표를 붙이고 자격을 부여한다 성도가 될 자격 천국에 입성할 자격 천도될 자격 열반에 들 자격 두려움이 이 모든 것을 허용한다 죽기까지 스스로 먹잇감이 된다 神은 내 안에 있는데 부처는 이미 내 안에 있는데 끝나지 않을 어리석음의 행렬을 삶이라 부르며 족보를 만들고 역사를 기록한다 죽은 뒤의 안위를 약속받는다 거대한 속임수로 위로받고 서로가 서로의 안부를 묻지만 자신의 안부만이 관심..

진짜를 예찬함 2020.12.01

무엇을 보고 있나

바깥만을 보고 형태만을 보고 소리만을 듣고 우왕좌왕이다 나는 눈으로 볼 수 없고 형태가 없고 소리도 없다 지금 이 순간의 空으로만 실재한다 보고 만질 수도 없는 無라 이르는데 전체이며 영원이다 모든 것이 이것으로부터다 모든 것의 시작이며 끝인 지점인데 시작도 끝도 없다 만물의 근원이기에 만물은 여기서 쉰다 만물을 생성시키기에 만물의 본향이다 천지를 채운 이 기운만이 생생하건만 눈은 형태만 본다 생각은 경험치만 되새겨 욕망을 갈급한다 여기에 머물러라 한 순간도 지금으로 실재하지 못하는 생각을 지켜보며 지금으로 현존하라 이것만이 명징한 진리다 붓다도 예수도 이 어마한 실재를 하느님 여래라 이르셨다 무엇으로 부르든 곧장 이를 수 있는 이 실재만이 나이며 너이다

진짜를 예찬함 2020.11.16

행복한가 불행한가

삶이 고통인 것은 본성을 몰라 그렇다 본성이 주인인 줄 몰라 그렇다 얄팍하고 천박한 에고의 앎에 갇혀 두려움과 고통의 기억으로 살고 있어 그렇다 무엇을 고통으로 인식하는지 무엇이 두려운지 하나도 숨김없이 드러내 보이도록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생각과 마음과 몸과 감정 말과 행위 낱낱을 알아차려야 한다 행복이라 서술할 때조차 두려움이 숨어 꿈틀 대고 안락하다 느낄 틈도 없이 불안이 스멀댄다 오랜 해석이다 오랜 경험이다 이 이무기를 알아차려야 한다 이 질긴 스토리가 부정과 긍정을 나눠 어떻게 화석처럼 숨어 있는지 직면해야 한다 진짜 나는 본성은 행복이다 불행이다 서술되지 않는다 다만 하느님 다만 여래이듯이 온갖 위로가 이것이다 온갖 쉼과 풍요가 이것이다 가고 옮도 없는 찰나이며 영원이다 좋음과 싫음을 너머..

진짜를 예찬함 2020.11.06

나는 누구인가

인간의 말에 울고 웃고 세상 평가에 온 몸이 반응한다 무지하고 변덕스럽고 욕망에 허덕이는 에고들이 만드는 세상에 자신을 내던진다 부나방처럼 불타죽고 말면서 화려한 날기에 온몸을 내던진다 나는 일회용이 아닌데 억겁의 삶이 지금의 모습으로 화했을 뿐인데 지금 이 순간의 영원성은 나라며 드러나는 정체성 너머를 가리킨다 몸과 생각과 세상은 변하고 또 변하고 스러지고 또 스러진다 변하지 않고 전체인 지금 이 순간의 空은 태초부터 영원으로 실재하는 하느님이라 불리는 여래라 불리고 道라 이르는 온갖 이름을 붙이지만 실재는 이름 붙일 수도 그려낼 수도 없다 이것이 나의 본성이다 하느님이다 神이다

진짜를 예찬함 2020.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