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0일 오전 06:06

지금 이 순간을 가로막고
고요를 가로막고
텅 빔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가

지금 이 순간을
순식간에 온갖 스토리가 장악하는
머릿속이 느껴지는가

고요가 앉아
그저 전체인 순간인데
온갖 스토리가 끼어드는
현장이 보이는가

오랜 습관
오랜 시스템이
주인처럼 가동되는 중이다

익숙해서
엉망진창인 줄도 모르고
절망이 끝에서 대기하는 것도 모른다

머릿속을 무엇이 차지하고 있는지
생각을 뒤죽박죽으로 끌고 다니며
스토리가 태산을 만드는 중인데
분주히 열 일하며 보태는
너는 누구냐

생각이 주인이 아니고
너가 주인인데
질질 끌려 다니며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생각을 지켜보고 알아차리라
코앞밖에 모르는 왜소한 판단이
실재처럼 몸과 마음을 조종하고 있다

놓치지 말고 지켜보라
생각이 끼어들면
마음이 어떻게 변하고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 전자동 시스템을 지켜보아
생각이 길을 잃게 해야 한다

그저 지켜보고 알아차려
오랜 스토리가 얼마나 강고한지
보고 또 보아야 한다

어떤 스토리도 만들지 않고
그저 지켜보는
보는 자만이 주인임을
알아야 한다
보는 자만이 새 길로 이어져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