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픈데

 

아픈가

힘든가

고통스러운가

 

서술과 해석과 스토리 때문에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럽다

 

아픔 안으로 들어가 봤는가

힘들다는 것이 무엇인지 푹 잠겨 보았는가

고통과 온전히 하나 돼 보았는가

 

한 번도

아픔도 힘듦도 고통도

돼 본 적 없다

 

언저리에서 겁에 질려

도피하고 외면하고 왜곡하며

비명을 지르고 있을 뿐이다

 

에고는 자신이 희생양이거나

승리자가 되는 주인공이어야 하기에

 

누가 스토리를 쓰는지

무슨 서술을 하는지

해석의 근거가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다

알려하지 않는다

 

그저 습관이

스토리를 쓰고 해석하고

그럴싸한 서술로 내놓는다

 

세상이 나 외의 그들이

혹은 운명이

나를 고통으로 몰아넣는다는

텍스트와 전문가의 분석에 기대

 

몸과 마음의 아픔은

공고히 되고

치유의 대상이 된다

 

비련의 주인공이거나

고통을 이겨낸 승리자가 된다

 

고통은 빠져나가야 하는 것이고

아픔은 도피해야 하는 것이고

힘든 것은 회피해야 하는

나와 별개인 대상일 뿐이다

 

기쁨과 영광과

복된 것들만이 내 것이다

내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두려움은 해결되지 않는다

두려움이 이 모든 소설을 쓰는데도

직면하지 못한다

직면할 수 없다

 

억겁을 두려움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알지 못한다

 

비겁하고 왜소하고 교활한 에고는

스토리가 있어야 사는 에고는

또 다른 스토리를 분주히 준비하고 있다

 

그 속에서 열심히 살아 줄

산다고 여기는

내가 있기에

나라 믿는 에고가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