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아내 엄마 아빠 딸 아들
온갖 직업들 직책들은
나가 아니다
연극 대본처럼 하나씩 받아 든
역할들이다
역할에 매몰돼
스스로를 박제시키고 있다
제 카르마를 투사하면서
헌신한다느니 전부를 바쳤다느니로
희생자를 자처한다
단지 연극이 끝날 때까지
맡은 역할이다
나는
온전한 나는
아무런 손상 없이
원래 그대로
아무것도 붙지 않은 채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여기 있다
역할들과 이름표에
나를 끌어들일 수 없다
생각 감정 습들에 빠져
헛 것을 부여잡고
애지중지 습을 반복하며
나라 말하지 마라
나라는 착각에 빠져 있을 뿐이다
스토리 속으로
끌어들이는 건
자신이다
자신이 자신을
물귀신처럼 잡고 늘어졌다
나는 명쾌함이다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전체인 지금이다
空으로 명명할 수밖에 없는
텅 빔이다
스토리를 부여잡고
무엇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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