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표에 묻히고
인식의 틀에 갇히고
습관에 길든
자동인형이
언제나처럼
걱정을 꺼내 들고
일거리 만들어 분주하다
이 걱정 저 걱정으로
생각의 영향력과 업적을 쌓는다
생각 안에만
길이 있는 줄 아는 왜소함은
생각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저 생각은 자신이 쌓아 습이 된
오랜 파일임을
알지 못한다
새로움을 시도한들
어느새 익숙한 습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엄중히 알아차리지 않는 한
자신의 낱낱을 지켜보지 않는 한
생각은
습은
하던 대로
길이 난 대로
전자동으로 작동된다
까르마라
이름 붙여 책임 회피하는 이유다
까르마란 없다
낡고 강고한 오랜 생각이
쓰레기로 쌓여 있을 뿐이다
억겁으로 다져져
바위보다 단단해진 틈으로
반질반질 길을 내고 다니는 습이
질기디 질긴 고집을 보태고 있을 뿐이다
업이라며 받아들이는 건
무지이거나 포기이거나 방임이다
싸울 필요도 없다
저항할 필요도 없다
생각이 무슨 짓을 하는지 보면 된다
마음과 몸이 무슨 짓을 하는지 보면 된다
낱낱을 알아차리면 된다
깨어 알아차릴 때
온갖 이름을 붙여
낡고 오랜 권위로 주인 행세하는
어떤 것도 자리 잡지 못한다
나는 0그램이다
제로다
無이며 空이다
아무것도 붙을 수가 없는
지고의 없음이다
무엇이 덮쳐와도
지켜보고
알아차리기만 할 때
텅 빈 나의 자리를
알게 될 것이다
얼마나 어마한 선물을
깔고 앉았는지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