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빔이 본질인데
이야기를 물고 늘어진다
이야기 안에서 곤죽이 되어
또 스토리를 만든다
이야기와 자신이 동일시돼
묶고 엮어 씨름을 한다
그것을 인생이니 삶이니
착각이다
부여잡은 것을 놓고
텅 빔이 된다면
여여히 도도히
원래가 된다
만물이 만사가
원래로
되돌려진다
무엇을 부여잡고 있는가
악쓰며 놓지 못하는
그것이 자신을 망치고 있다
길을 가로막고 있다
자신이 자신에게
방해가 되고 있다
잘 사는 줄 착각하지
열심히 사는 줄 착각하지
어리석디 어리석은
착각인 줄 아시라
성긴 그물에조차
걸려 파닥이는
물고기와 다르지 않다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처음도 끝도 없는 바람처럼
안식처가 필요 없는 바람처럼
가둘 수 없는 바람처럼
그렇게 살면 된다
무엇이 되었든
나는 텅 빔이다
텅 빔이
나의 본질이다
나의 본향이다
이것을 알기 위해
몸으로 나투어 있음을 아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