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어져도
말을 하거나 말거나
말을 떠받치는 침묵
말들의 공간이 있다
수많은 말을 하고도
이것을 말하지 못한다
말을 끊어버린다고
道를 알지도 못한다
모든 것을 있게 하는 공간이다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空이다
나다
空으로부터 떠받쳐진
세상만물은 空을 모른다
내가 空인데 空을 믿지 못한다
드러나 눈으로 보이고 만져지는 것만을
존재라 규정하고 믿는다
어리석음의 출발이다
진리를 십자가에 가둬놓고
진리를 불상에 앉혀
엎드려 빌고 또 빌 수밖에 없는
딱 드러맞는 차원들의 세상이다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고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믿어야 하는 이것은
내 안으로 내 안에서만 알아차릴 수 있다
포위된 생각의 성을 뚫어 해체되어야
空이 전체인 진리가 드러난다
귀하디 귀한 가르침을 알현하는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린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눈과 귀가 열려야
이미 주어진 선물을 받아 안을 수 있다
생각이 헛됨을 알고
온갖 이름이 헛됨을 안다는 것은
더 이상 두려움에 끌려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려움이 낸 길을 따라 분주한 자동인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질병 앞에서야 비로소
전쟁이 나고 모든 것이 파괴되어야 비로소
죽음 앞에서야 비로소
헛된 삶을 후회한들
지금 나는 무슨 생각에 포위되어 있나
어떤 생각도 헛되고 헛된 스토리 행렬임을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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