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아내 엄마 아빠 딸 아들 온갖 직업들 직책들은 나가 아니다 연극 대본처럼 하나씩 받아 든 역할들이다 역할에 매몰돼 스스로를 박제시키고 있다 제 카르마를 투사하면서 헌신한다느니 전부를 바쳤다느니로 희생자를 자처한다 단지 연극이 끝날 때까지 맡은 역할이다 나는 온전한 나는 아무런 손상 없이 원래 그대로 아무것도 붙지 않은 채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여기 있다 역할들과 이름표에 나를 끌어들일 수 없다 생각 감정 습들에 빠져 헛 것을 부여잡고 애지중지 습을 반복하며 나라 말하지 마라 나라는 착각에 빠져 있을 뿐이다 스토리 속으로 끌어들이는 건 자신이다 자신이 자신을 물귀신처럼 잡고 늘어졌다 나는 명쾌함이다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전체인 지금이다 空으로 명명할 수밖에 없는 텅 빔이다 스토리를 부여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