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를 예찬함

지금만이 나다

awarener 2022. 2. 20. 06:05

 

이름으로 불리는 익숙함

직위로 신분으로 불리는 익숙함

성별로 나이로 식별되는 익숙함

 

옷이 살이 돼버린 거다

온갖 장치들이 나를 가리는 거다

 

그것은 안전함을 너머

편의를 너머

주체와 객체를 바꿨다

주인과 종을 바꿨다

 

무엇을 입고 어떻게 걸치냐가

나의 정체성이 됐다

그것들은 나가 아닌데

나를 대변하는 것이 되었다

 

나는 지금에만 있다

나는 이름표가 없다

나는 신분도 직위도 어떤 수식도 없다

필요치가 않다

 

무엇에 안주하는지 보라

무엇으로 불리기를 바라는지 보라

어떻게 보이길 바라는지 보라

 

지금 이 순간

텅 빔이 아니면

어떤 것도 헛 것이다

망상 속을 헤매고 있다

 

온갖 치장도

나를 수식하는 어떤 것도

편의이며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곧장 나에게 거하라

즉각 지금이 돼라

 

허망한 것들에

몸과 마음과 전부를 뺏기고

껍데기가 살고 있는 것은

좀비다

좀비 영화를 너무 오래

죽을 때까지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