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빔 1107

무엇이 삶인가

알량한 앎을 믿고 세상을 믿고 눈앞에 보이는 것을 따라 열심히 살았는데 살수록 답은 없다 몸은 기력이 떨어지고 마음은 허망함만 커진다 왜 사는지 모른 채 바깥만을 향해 허겁지겁 욕망만을 다독이며 남들이 사는 대로 남들 말에 좌우되며 산다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삶을 의심하지 않는다 열심히 몸을 움직여 두려움을 덮고 즐거움을 좇아 정신승리하며 잘 살았다 자부한다 길의 끝에 희망이 있을 거라 믿는다 없다 죽음이 끝이다 에고는 죽음이 끝이다 질기디 질긴 고집을 장착하고 어리석음을 발판으로 어둠 속을 헤매는데 어둠인 줄 모른다 그런 에고를 믿고 오늘도 내일도 울고 웃으며 스토리를 펼친다 그것을 삶이라고 부른다 길은 제 안에 있는데 지금 여기 이 순간 텅 빔에 거하지 못..

진짜를 예찬함 2021.11.19

중심으로 정렬

중심으로 정렬 본성 나 하느님 道는 하나다 중심이다 중심으로부터 어긋나 있어 삶은 오리무중이 된다 혼란하고 심란하다 에고는 중심이 아니다 욕망은 중심이 아니다 제 생각과 습에 묶여 중심을 모르고 떠도는 노숙자의 물건이다 풍요로운 제 집이 있고 안전한 자리가 있고 명징한 길이 있는데 어디를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우왕좌왕 분주하다 온갖 감정은 에고가 지어내고 욕망이 부추긴다 이름표를 부쳐 정당화한다 기성품이 된다 몽땅 헛 거다 근본도 없는 불량품이다 중심에 정렬되지 않으면 무엇을 하든 시한부다 무엇을 갖든 한계치다 내 안에 있다 나를 통해 중심과 하나 된다 나의 본질이 중심이다 바깥으로 떠도는 한 바깥에서 찾는 한 중심에서 벗어난다 중심은 텅 빔이다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이다

진짜를 예찬함 2021.11.18

생각은 빠지라

생각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정교함이 나다 만물이다 만물을 훼손하고 나를 훼손하는 것은 생각이다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줄 생각만 모른다 원래대로 순리대로 그저 주어진 것들의 신비 안에서 지금으로 있으면 된다 생각은 빠지고 지켜봄이 되면 된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차리는 알아차림으로 거하면 된다 만물이 만사를 이끌고 원래가 만물과 사는 방식을 그저 알아차리면 된다 개입하지 마라 설치지 마라 얄팍한 지식을 들이대지 마라 생각은 빠지고 지켜봄만 남으라 생각은 단지 도구로써의 역할만 하라 온갖 것을 싸맨 이 보따리 저 보따리를 들고 거리를 헤매는 노숙자의 행색 생각이 딱 그 모양이다 보따리를 몽땅 버리지 않는 한 노숙은 끝나지 않는다 바람처럼 훌훌 사는 용기 흔적 없는 원래가 온 데도 간 데도 없이 사는..

진짜를 예찬함 2021.11.17

나는 空이다 텅 빔이다

무지개색은 일곱 가지다 틀렸다 인간의 눈이 식별하는 색만 일곱 개란 뜻이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오만가지 색이 있고 물체가 있다 아는 만큼만 보고 보는 만큼만 안다 보는 것도 아는 것도 왜곡됐고 한정돼 있으면서 전부라 착각한다 절대를 걸고 산다 생각을 벗어나면 다른 세계가 있다 앎을 놔버리면 진짜 앎이 드러난다 협소한 제 생각에 갇혀 스스로 묶이는 인간은 그것을 안정이라 여긴다 세상에 안정이란 없다 지구도 공간에 떠 있고 우주 전체가 공간 위에 있다 만물이 空 위에 떠 있다 空이 절대임을 아는 것이 진짜 앎이다 비로소 안정이다 나의 본질은 空이다 텅 빈 지금이다 아는가 이 앎만이 온전한 평화이며 온전한 삶이며 온전한 쉼이란 것을 붓다께서 예수께서 이것을 가리키셨다 이것이 神이시다

진짜를 예찬함 2021.11.14

나에게 오라

사람 사이에서 헤매는 동안 문제 사이에서 헤매는 동안 몸과 마음은 갈라지고 상처 투성이가 된다 이 사람 아니면 저 사람 이 문제 아니면 저 문제로 옮겨 다니며 도피처를 찾고 새로움을 찾는다 찾아 헤매는 자는 그대로인데 엉뚱한 데서 새로움을 찾는다 누군가가 변화를 줄 거라 문제를 해결하면 만사가 잘 될 거라 아이 같은 망상을 얹어 사람과 문제 사이에서 헤매다 늙고 죽음을 맞는다 생각은 무엇을 하고 있나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어떤 문제를 끌어안고 있나 몽땅 놔버려야 할 것들을 껴안고 무엇을 하는지 보라 어떤 것도 참이 아니다 생각이 가공해서 절대처럼 떠받드는 허깨비를 직면해보라 내 안의 텅 빔 지금 여기 이 순간 호흡과 하나되는 것만이 참이 되는 것이다 나를 아는 것만이 새로운 삶이다 나를 밝혀주는 것은 어..

진짜를 예찬함 2021.11.11

무엇이 새로움인가

생각하고 걱정하고 궁리하고 염려하며 답을 찾는다 걱정을 만드는 그것이 같은 곳에서 답을 찾고 있다 새로운 것을 찾고 답을 찾은들 색깔과 모양만 바뀔 뿐 같은 행태다 생각 안에 갇혀 생각을 만들고 행위하는 자동인형은 생각을 벗어난 세계를 알지 못한다 생각 너머에 궁극이 있는 것을 모른다 알음알이를 놓고 생각과의 동일시를 알아차릴 때 텅 빔이 될 때 근원의 앎이 있는 것을 모른다 욕망에 따라 먹고 자고 싸고 더 좋은 것을 먹고 더 좋은 곳에서 자고 싸면 만족한다 욕망하는 동물과 다르지 않는데 생각을 인간의 전유물이며 진화의 산물이라 믿는다 억겁을 나고 죽고 죽고 나고를 반복하면서 궁극을 모른다면 욕망하는 동물의 연장선이다 무엇이 다른가 생각에 묶이고 습에 묶인 것을 알아차리지 않는 한 알음알이는 언제나 같은..

진짜를 예찬함 2021.11.10

무엇을 향해 섰는가

칭찬과 호의에 우쭐하고 비난과 배타에 의기소침이다 사람들 평판에 자신을 내놓고 온 신경을 쏟는 에고다 에고들끼리 가공되는 스토리 안에서 주거니 받거니 찧고 까부른다 에고는 죽을 때까지 성숙할 수 없다 자신밖에 모르고 제 편에서만 사물을 본다 사랑도 관용도 배려도 자신에게 유익이 돌아올 것을 전제로 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사랑을 말하고 배려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배려를 남발한다 에고가 만족하면 사랑이 되고 배려가 되는 줄 안다 이 사람 저 사람을 건너 다니며 사랑을 관심을 배려를 고착을 구걸하느라 휴식이 없다 죽을 때까지 자신을 방치한 채 바깥만을 향해 떼쓰는 에고에 끌려 지금 어디에 있나 자신이 자신을 비참으로 몰며 무엇을 하고 있나 지금 이 순간 텅 빈 본성을 팽개친 채 어디를 향하나

진짜를 예찬함 2021.11.09

다만 지금만이

에고의 갈망은 좋은 것만 찾아 잘 되기만 학수고대하며 지금을 벗어나고 있다 그런 원의 자체가 지금을 모른다는 방증이다 결핍으로 소외로 왜소함으로 조각된 기억과 경험이 그것들로부터 벗어나려는 강박에 시달린다 에고가 각색한 해석으로 자신을 내몰고 있다 허깨비가 허깨비를 보고 도망가는 것이다 지금의 텅 빔만이 최고의 풍요임을 모르기에 온전한 실재는 에고의 기억과 앎과 습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평판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만이 최고의 현존임을 아는 깨달음만이 나를 진정 살게 한다는 것을 안다 어디에서도 무엇으로도 나는 훼손되는 대상이 아니다 근원으로부터 잉태된 나는 근원이 집이며 근원이 전부다 단 하나의 앎 이것을 진리라 이른다 붓다께서도 예수께서도 이것만을 가리키셨다

진짜를 예찬함 2021.11.03

무엇으로 바쁜가

에고는 체면과 위신과 이름표를 위해 자신을 내몬다 神도 나의 체면과 위신과 이름표를 위해 복무해야 한다 사찰로 교회로 회당으로 열심을 다해 지존을 찾는 이유다 경전의 말씀과 수행은 잠시의 도피처다 소나기 피하듯 자기만족과 안위가 확인되면 금세 습에 매몰되고 고통을 잊는다 그래서 에고는 천박하고 경박하다 고상함으로 엄숙함으로 포장하고 가린들 두려움이 드러나면 순식간에 분노와 혼란과 절망에 잠식된다 에고에 종살이하는 노예들의 자화상이다 절체절명의 과제는 나가 되는 것이다 나가 무엇인지 알아 나로 거하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습을 만든 에고가 나서는 것이 아니라 에고가 가려버린 나가 드러나도록 진짜 주인이 살도록 나를 살피는 것이다 몸과 마음과 습이 무슨 짓을 하며 살고 있는지 낱낱을 알아차리라 이..

진짜를 예찬함 2021.10.30

나에게로 돌아오라

생각 따라 습 따라 감정 따라 출렁이다 생각과 습과 감정은 주인이 된다 제 생각 제 습 제 감정에 꽂혀 자신도 세상도 어지럽고 시끄럽다 만물은 지금이 근원이다 텅 빔이 근원이다 나의 근원도 지금이며 텅 빔이다 온갖 생각에 휘둘리다가도 감정에 휘둘리고 습이 앞서가는 중이라도 곧장 지금이 되면 된다 자신을 알아차리고 지켜보면 된다 알아차림이 지금이다 지켜보는 것이 지금이다 생각은 주인이 될 수 없다 생각을 생각하는 실체는 근원인 텅 빔이기에 생각으로 배태되는 감정과 습은 생각이 만든 부산물이다 자신에게로 돌아오시라 나의 자리에 거하시라 원래로 되돌릴 때 비로소 휴식이 있다 감정에 들러붙어 써대는 스토리가 없다 들러붙을 데가 없다 그저 지금이다 그저 텅 빔이다 나에게로 돌아오시라 이것이 기도이며 수행이다 神과..

진짜를 예찬함 2021.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