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빔 1107

새해는 어디에도 없는데

에고는 날짜를 만들고 절기를 나누고 시점과 종점을 정한다 한정된 세상만을 알기에 한정된 수치로 가늠할 수 있어야 안심되고 이해된다 항구한 지금 여기 영원을 디디고 서서 어제 오늘 내일 과거 현재 미래라는 망상을 좇는다 갇히고 엮여야 예측 가능하고 안심하기에 어딘가에 소속되고 엮여 순 번을 정하고 이름표 달아 산다 에고가 알고 믿는 모든 것은 방편이며 수단이다 방편과 수단은 절대가 될 수 없다 절대는 에고가 가늠할 수 없다 에고의 모든 앎을 놓아야만 전체인 앎 절대가 드러난다 새해라는 관념 아래에 무엇이 있나 들여다 보라 특정 단어 낱말이 어떻게 이미지화 되어 몸과 마음을 작동시키는지 지켜보라 에고에 갇혀 사는 동안 어리석음에 휩쓸려 길을 잃지 않는 단 하나의 처방이 지켜보는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알아차리..

진짜를 예찬함 2022.01.01

그저 살아라

스토리 안에서 살다 죽는 것이 인생이다 그것을 운명이라느니 숙명이라느니 절대라도 되는 것처럼 미지를 걷는 것처럼 신중을 기한다 실패는 피해야 하고 성공만 거머쥐어야 하기에 결정 앞에 언제나 노심초사다 스토리만 없으면 생각이 방해하지만 않으면 새가 하늘을 날 듯 시베리아 상공을 계산하지 않고도 난다 정교함은 이미 작동되고 있다 온전함은 그저 작동되고 있다 생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시 세계와 미시세계까지 한치의 오차 없이 神으로 근원으로 원래로 작동되고 있다 인간이 힘든 것은 생각이 개입되어 온갖 것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으로만 보고 해석하고 가치를 매기고 손익을 셈하기에 쉴 수 없고 복잡하고 골치가 아프다 언제나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채 허덕이며 산을 오르는 자신이 보이는가 어리석음을 사는..

진짜를 예찬함 2021.12.31

진정 살고 싶은가

생각 속을 헤매고 다니느라 얼마나 고생인가 생각이 바로 수고하고 무거운 짐이다 업보라 이르는 핑곗거리다 불가항력이라 믿는 면책 수단이다 생각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신을 구하지 못한 채 죽는다면 동일시된 채 죽는다면 생각은 구천을 떠돈다 억겁을 생각이 생각에 빠져 떠돈다 천도란 구원이란 생각이 나 아님을 아는 것이다 동일시된 생각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생각이 나가 아니고 이름이 나가 아님을 알게 하는 것이다 자신을 해방시키지도 못하고 제 사슬에 가족을 묶고 인연을 엮어 함께 난장을 구르는가 그러기를 원하는가 어리석고 어리석은 중생이 어린양들이 자신과 세상을 복잡하게 엮고 있으면서 억세게 부여잡고 있으면서 살려달란다 구해달란다 살려달라는 그것이 구해달라 떼쓰는 그것이 생각이 하는 짓이다 나는 텅 빔임을 알라..

진짜를 예찬함 2021.12.30

에고를 믿는가

소중하고 가치 있는 건 없다 미천하고 무가치한 것도 없다 경중을 따지는 건 에고의 습성이다 제 것과 아닌 것을 나눠 가치를 부여하고 값을 매기는 에고만이 천하고 경박하다 교양 있는 말로 감추고 폼나게 꾸미고 권위를 갖춰 말하고 행위해도 에고의 경박성을 알아차리지 않는 한 그 경박함에 난파되고 만다 애착하고 집착하고 의미를 부여해야 버티는 에고는 그것을 놓치는 순간 무너지고 만다 한정된 세상에 갇혀 욕망으로 연명하기에 욕망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도태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불쏘시개를 찾아 바쁘다 본성은 전체이며 하나인 세계에 속해있다 에고는 분리되고 왜소한 세상을 만들어 갇힌다 전체이며 하나인 것은 마당발이나 사교성이 아니다 온갖 일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에고의 이익을 위한 그럴싸한 장치다 지금 여기..

진짜를 예찬함 2021.12.28

생각도 습도 감정도 가짜다

드러나는 족족 생각이든 감정이든 습이 되었든 알아차리기만 하라 순식간에 스토리에 끌려가도 알아차리기만 하라 지켜보기만 하라 억겁을 동일시돼 강고한 시스템이 되었다 고요를 찾아 도피하지 마라 두려움을 피해 담담한 척 마라 시끄러움을 피해 거룩한 척 마라 저항할수록 외면할수록 더 깊이 더 강고히 숨어 주인처럼 군림한다 무엇이 되었든 낱낱을 지켜보아야 한다 놓치지 않고 알아차릴 때 억겁을 질기게 몸에 마음에 자리 잡은 생각과 습이라는 이무기는 힘을 쓰지 못한다 순식간에 훅 들어와서 현실처럼 들이대도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 알아차림이 깊어질 때 알아차림만이 남을 때 생각이 얼마나 근본 없는 것인지 습이 얼마나 두려움에 훈련된 것인지 알게 된다 드러난다 무엇이 자신을 끌고 다니는지 놓치지 말고 보기만 하라 알아차..

진짜를 예찬함 2021.12.27

어디서 헤매는 줄 아는가

한 생이 긴 줄 알지 한 생이 가치 있는 줄 알지 한 생에 대단한 의미가 있는 줄 알지 의미 부여가 있어야 사는 에고가 그리 착각하고 있지 스토리 속을 헤매다 스토리 속에서 죽어가는 스토리밖에 없다 이름 모를 풀포기가 아무도 모르게 나고 죽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어마한 소용돌이 속을 어디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눈앞만 보며 살고 있다 두려움이 두려움을 숨기려 스토리를 가공하며 좋은 스토리 행복한 스토리 특별한 스토리에 의미를 부여하고 현실이라 믿는다 그것은 현실이 아니다 망상이다 헛 것이다 현실이란 지금 이 순간뿐이다 명징한 것은 지금 여기 텅 빔뿐이다 나는 지금 여기 텅 빔에만 있다 지금을 놓치고 사는 것은 전부를 놓치고 사는 것이다 한 생을 어둠 속에서 온갖 스토리 속에서 무엇을 하는지 지켜봐..

진짜를 예찬함 2021.12.26

무엇이 사는가

골치가 아프다는 건 문제를 만들어 문제를 끌어안고 있다는 거다 스스로 족쇄를 만들어 채우고 벗어나려 안달하고 다른 족쇄 채우기는 반복된다 문제들 속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스스로 택한다 욕망에 매달려 어딘가에 묶이고 엮여 있어야 에고는 안심한다 에고의 노예인 줄 모른 채 그것을 행복이라 믿으며 어둠 속을 걷는 중이다 무엇이 정녕 문제인 줄 모른다면 억겁을 노예인 채 살면 된다 스토리에 빠져 반복된 스토리를 재생하며 그것을 삶이라느니 인생이라느니 업보라느니 믿으면 된다 자신의 앎이 믿음이 자신을 이끌고 있다 아는 대로 믿는 대로 꼴이 만들어질 뿐이니 누구 탓도 하지마라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른 것도 없다 단단히 부여잡은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맹렬히 거머쥐고 자신이 자신을 닦달하는 아수라 세상은 자신이 펼치고 ..

진짜를 예찬함 2021.12.25

누가 살고 있나

자신에게 가족에게 사회에서 인정받고 영향력을 행사해야 사는 보람을 가진다 에고가 살기 때문이다 에고가 자신인 줄 알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일이 생기고 분주하게 능력을 발휘하고 사람들의 관심 안에 있어야 비로소 행복하다 에고가 사는 대로 살면서 그것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간절히 비는 것이 신앙이다 욕망의 에고에게 타락한 에고에게 하느님이 강림하고 붓다가 친히 복을 주고 은총을 내리는 것이 종교다 에고의 수준대로 탐욕스럽고 천박하게 떼쓰는 아이들 수준에 맞게 종교는 기능하고 있다 그러기에 늙어 죽을 때까지 손이 닳도록 무릎이 까지도록 빌고 절하고 엎디어 노심초사 오매불망 비나이다 비나이다 원합니다 원합니다를 반복한다 이 모든 것이 텅 비어 아무것도 할 것이 없음을 알 때에야 비로소 본성이 산다 에고의 버라이..

진짜를 예찬함 2021.12.24

자신을 구원하라

두려움이 먹고 말하고 행하고 다시 두려움을 쌓는다 두려움에 포위된 채 살면서 알지 못한다 온전함으로부터 텅 빔으로부터 본성으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두려움 위에 선다 두려움은 쉼 없이 생각이 굴러가야 하고 생각된 대로 돼야 하고 몸을 바삐 움직여야 하고 결과물이 도출돼야 한다 사람들의 칭찬과 칭송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끼리끼리 모여 어리석음을 중요성으로 바꾸고 규칙을 정하고 순번을 매긴다 자신의 이름과 자리가 공고히 될 때 안심한다 누가 사는가 두려움이 사는 방식이다 본성인 나는 조급함이 없다 갈증이 없다 누구의 검증도 필요치 않다 해석 없이 그저 지금 여기다 텅 빔으로 거한다 무엇이 자신을 내모는지 보라 그것은 허깨비다 두려움이 지어낸 가짜다 두려움에 내몰리는 자신을 구할 자는 자신밖에 없다 밝히 ..

진짜를 예찬함 2021.12.23

당장 즉각 내가 되면 된다

내가 내가 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즉각적이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즉각 내가 되면 된다 지금 여기 이 순간 텅 빔이 되면 된다 나에게 오는 길을 막아선 건 생각이다 생각이 만든 오랜 습이다 생각을 믿고 살던 낡고 오랜 시스템은 상시 에러가 난다 한정된 세상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세상 안에서만 생각하고 말하고 행하기에 모든 것은 한계를 가진다 한계가 있기에 불안하고 두렵다 불안과 두려움은 새로운 것 또 더 새로운 것을 찾아 분주하다 쉼이 없다 아무것도 놓지 못한다 온갖 것을 쌓고 걸쳐야 안심하고 위로받는다 나로 살지 못한 채 벼랑 끝에 매달려 필사적이다 무엇을 답답하다 하는가 무엇으로부터 도피하는 줄 아는가 왜 텅 빔이 되지 못하나 왜 나인 지금이 되지 못하나 지금 무슨 생각에 휩쓸려 있..

진짜를 예찬함 202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