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마디 말 총총 박힌 글귀는 진리가 아니다 진리를 가리키는 손가락이다 수북이 쌓은 말과 글은 나의 진리 본성을 가로막는다 손가락에 취하고 손가락에 위로받고 손가락에 안주하며 길을 묻고 길을 찾는다면 진리는 멀다 조사도 죽이고 부모도 죽이고 부처도 죽이라고 만나는 족족 죽이라 하지 않았나 좋은 것에 취하고 욕심에 막히고 습에 걸려 족집게 과외하듯 말과 글만 찾는다면 자신으로부터 이어지는 길 발현하는 진리를 틀어막는 것이다 진리는 내 안에만 있다 나로부터 드러난다 바깥에 있지 않다 내가 진리임을 알 때 세상이 진리가 된다 말과 글과 가리키는 온갖 것이 진리가 된다 명징한 텅 빔만 텅 빔이란 표현도 적확치 않은 도도하고 여여한 이것 그저 여기에 거하라 여기서 모든 것은 소멸된다 근원만 실재한다 터질 듯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