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빔 1156

텅 빔이 나다

나라 대변되는 이름과 몸과 마음조차 내 궁극이 아닌데 남편을 자식을 가문을 명예를 이름표를 생김새를 자신인 것처럼 동일시한다 헛되고 헛되고 헛되다 전부 사라지고 흩어지고 마는 인연체일 뿐이다 길을 걷다 밟히는 낙엽처럼 담배꽁초처럼 하나도 다르지 않은 잠시의 인연이다 그것에 목숨을 건다 온갖 미사여구를 단다 왜 무엇을 동일시하여 전전긍긍 고착돼 있나 얽매어 노예살이 할 지상과제란 없다 단 하나의 지상과제는 내가 누군지 아는 것이다 내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나는 대자유로부터 잉태되었기에 나는 무한한 空으로부터 났기에 空이며 無며 텅 빔만이 동일시돼야 할 나의 실재다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의 어머니 자식의 자식이 모두 하나에서 나고 하나로 귀결되는 THE ONE이 이것이다 지금 여기 이 순간 텅 빔만이 나인..

진짜를 예찬함 2020.11.27

텅 빔으로 거하라

생각에 끌려 다니다가도 문득 텅 빈 이곳으로 오면 된다 즉각 텅 빈 이것이 되면 된다 텅 빔인데 허무가 아니고 결핍이 아니고 박탈이 아니고 실패가 아니다 텅 빔만이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되고 온전함이 되고 풍요가 된다 생각은 위로를 알지 못하고 치유가 무엇인지 모르고 온전함과 풍요를 모른다 경험 안에서 시기하고 질투하고 비교하고 허기져 상처투성이 된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결핍은 오늘은 이것을 내일은 저것에 매달려 자신을 유기한다 온전함인 나로부터 벗어나 있기에 허기진 줄도 모른 채 온갖 것으로 허기를 채우느라 분주하다 무엇으로 분주한가 무엇을 가졌다 장담하는가 무엇을 제 소유라 자신하는가 다시 텅 빔 지금 여기 이 순간으로 와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의 텅 빔만이 생각에 포위되고 허기에 내몰린 나를 해방하고..

진짜를 예찬함 2020.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