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973

여기서 쉬어라

생각이 말을 낳고 말이 또 생각을 낳아 행위가 얽매이고 행위가 다시 생각하고 말을 하고 행위하며 만들어진 스토리 안에서 빙글빙글 쳇바퀴를 돈다 행동반경은 생각의 반경이다 한평생 생각 안에서 분주히 짓고 허물고 쌓기를 반복한다 왜 사는지도 모른다 왜 죽는지도 모른다 태어나기 전과 죽은 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끝없는 욕망과 생각에 치어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혹사당한 몸이 스러질 때 한 생은 끝이 난다 드러났던 한 생은 종지부가 찍힌다 알아야 할 것은 모르고 몰라도 되는 것에 목숨을 걸다 짐짝처럼 끌려다닌 몸이 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몸 이전의 나가 여기에 있다 몸 이후의 나가 여기에 있다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는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나는 있다 생각을 벗어난 지점이다 알아차림으로 일치하는 이 지점이 나의..

진짜를 예찬함 2020.11.22

무엇이 너인가

무엇을 너라고 하는가 이름과 몸과 생각 역할과 직분 그것들은 잠깐 걸친 옷이며 액세서리다 이름도 몸도 생각도 사회적 정체성도 네가 아니다 너는 전체인 전체 영원인 영원 지금인 실재다 명징한 자신을 덮어두고 이름표로써 겉모양으로써 뒤집어쓴 역할로 자신을 규정하지마라 어떤 것으로도 너를 규정할 수 없다 하느님의 자녀라 할 수밖에 없는 존엄이 너의 본질이다 알기만 한다면 누더기를 입고 무거운 짐을 지고 시궁창 위에서 잠을 자고 일을 하고 내일을 준비하며 휴식을 취하는 어리석은 일상으로부터 저벅저벅 걸어 나온다 제 안에 불이 켜져 언제나 환희 진리와 동행한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다시는 어둠에 빠져 질곡을 헤매지 않는다 하느님의 구원이 이것이다 붓다의 니르바나가 이것이다 살아서 죽어 다시 온전을 사는 부활을..

진짜를 예찬함 2020.11.19

무엇을 보고 있나

바깥만을 보고 형태만을 보고 소리만을 듣고 우왕좌왕이다 나는 눈으로 볼 수 없고 형태가 없고 소리도 없다 지금 이 순간의 空으로만 실재한다 보고 만질 수도 없는 無라 이르는데 전체이며 영원이다 모든 것이 이것으로부터다 모든 것의 시작이며 끝인 지점인데 시작도 끝도 없다 만물의 근원이기에 만물은 여기서 쉰다 만물을 생성시키기에 만물의 본향이다 천지를 채운 이 기운만이 생생하건만 눈은 형태만 본다 생각은 경험치만 되새겨 욕망을 갈급한다 여기에 머물러라 한 순간도 지금으로 실재하지 못하는 생각을 지켜보며 지금으로 현존하라 이것만이 명징한 진리다 붓다도 예수도 이 어마한 실재를 하느님 여래라 이르셨다 무엇으로 부르든 곧장 이를 수 있는 이 실재만이 나이며 너이다

진짜를 예찬함 2020.11.16

나는 어디 가고 생각이 나섰나

생각에 붙들려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어디 가고 생각이 나섰는가 생각이 없으면 길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그것이 생각이다 일거리를 만들어 주인공이 되고 다시 생각으로 일을 만든다 나는 생각에 가로막혀 있다 전전긍긍 노심초사 두려움으로 길을 여는 생각은 주인이 아니다 나의 본질이 아니다 생각이 무슨 짓을 하는지 주야장천 써대는 스토리를 직면하라 스토리로 장악한 몸과 마음을 온전히 알아차리라 생각과 투쟁하면 생각을 벗어날 수 없다 생각을 외면하면 생각에서 해방될 수 없다 생각이 무슨 짓을 하는지 어떻게 나를 지배하는지 습관으로 자리 잡은 낱낱을 하나도 놓치지 말고 지켜볼 때 천지가 개벽된다 이것이 명상이고 이것이 부활이다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 여여함으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데 전체이며 근원인 하느님 무한대..

진짜를 예찬함 2020.11.10

결핍만 서술하고 있으면서

결핍만 보고 있다 스토리에 이끌리고 욕망에 이끌려 잠시도 휴식이 없다 본성은 욕망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허기란 없다 욕망을 팔고 결핍과 허기에 지치는 건 에고다 에고의 서술에 에고가 허덕인다 삶은 허덕임이 아니다 삶은 욕망의 전장이 아니다 여여함과 온전함과 가득한 풍요와 사랑이 너라는 걸 아는가 이미 온전한 평화임을 아는가 온갖 서술들에 이끌리는 어리석음을 직면하라 안팎의 말들에 전전긍긍 보이기 위해 전전긍긍 나를 버려둔 채 구천을 떠도는 길 잃은 거지를 알아차리라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나는 한 번도 영원을 떠난 적이 없다 나는 진리로부터 벗어날 방법이 없다 나는 언제나 하느님 품 안이다 나는 언제나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무지한 채 어둠 속에서 쉴 새 없이 통곡하는 에고는 생각이 쌓아 올린 헛 것의 꿈일..

진짜를 예찬함 2020.11.07

행복한가 불행한가

삶이 고통인 것은 본성을 몰라 그렇다 본성이 주인인 줄 몰라 그렇다 얄팍하고 천박한 에고의 앎에 갇혀 두려움과 고통의 기억으로 살고 있어 그렇다 무엇을 고통으로 인식하는지 무엇이 두려운지 하나도 숨김없이 드러내 보이도록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생각과 마음과 몸과 감정 말과 행위 낱낱을 알아차려야 한다 행복이라 서술할 때조차 두려움이 숨어 꿈틀 대고 안락하다 느낄 틈도 없이 불안이 스멀댄다 오랜 해석이다 오랜 경험이다 이 이무기를 알아차려야 한다 이 질긴 스토리가 부정과 긍정을 나눠 어떻게 화석처럼 숨어 있는지 직면해야 한다 진짜 나는 본성은 행복이다 불행이다 서술되지 않는다 다만 하느님 다만 여래이듯이 온갖 위로가 이것이다 온갖 쉼과 풍요가 이것이다 가고 옮도 없는 찰나이며 영원이다 좋음과 싫음을 너머..

진짜를 예찬함 2020.11.06

마음을 보고 몸을 보라

몸속에 마음속에 어지럽게 널린 생각들을 보기만 한다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자신이 자신에게 던져 쌓고 살았는지 놀라고 만다 생각이 생산한 건 전부 쓰레기다 폐기 처분해야 할 것들 뿐이다 본성은 어떤 생각도 저장하지 않는다 어떤 가치판단도 붙을 데가 없다 그저 여여히 지금으로 영원일 뿐이다 정화란 곧장 지금이 되는 것이다 성수도 굿도 에고를 위로키 위한 수단이다 에고가 꾸며대고 에고가 도피처를 찾는 해괴한 난장판을 씻기고 정화하여 원래가 되게 하는 건 곧장 지금에 거하기만 하면 된다 스토리 없는 空이며 無인 처소로 귀의하면 된다 진리는 쉽다 하느님은 온갖 것에 편재한다 예수의 언어는 너무 쉽고 붓다의 가리킴은 즉각 이것이다 해석하는 에고는 꺼지라 기교 부리는 에고는 꺼지라 현란한 언어로 방언을 일삼는 에고..

진짜를 예찬함 2020.11.01

헛 것이 살지 않도록

문고리를 잡는 짧은 순간에도 발을 내딛는 찰나에도 생각은 오만가지로 따라 붙는다 물끄러미 어떤 가치판단도 없이 지켜보기만 하라 생각으로 생각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다 끼어드는 생각까지 그저 알아차리기만 하는 거다 진짜가 사는 법은 어떤 스토리도 없다 어떤 가치판단도 없다 어떤 것도 붙지 않고 찐으로 실재하고 현존한다 해묵은 감정이 드러나고 오랜 스토리가 들이밀어도 모든 건 가짜이며 헛 것이다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거다 이 모든 스토리들이 가동되고 현실처럼 숨통을 조른다해도 헛 것이니 가짜니 지껄이지도 말고 그저 무조건 알아차리기만 하라 진짜 명상이 이것이고 하느님과 하나되는 것이며 니르바나를 차지하는 것이다 찐으로 살아서 천국을 사는 것이다

진짜를 예찬함 2020.10.11

본향에 거하기를

진창을 구르며 악다구니 중이라도 나의 자리를 알면 된다 본성을 모른 채 본향을 모른 채 헤매고 있다면 무엇을 갈구하고 있다면 헤매고 갈구하는 것이 곧 지옥이다 즉각 나의 본향에 거하면 모든 것이 온전함인 줄 안다 원래 온전함으로 여여한 줄 안다 안달복달하는 것이 무엇인가 누가 무엇이 스토리 속을 끌고 다니나 자신에게 물어보라 누가 사는지 되물어라 무엇을 갈구하는지 되물어라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묻고 또 물어라 에고는 알 수 없는 진리로부터 하느님으로부터 본성으로부터 환희 밝혀지는 답이 있다 에고에게 묻지 말고 알음알이로 파악하지 말고 모든 앎을 비켜 온전히 드러나는 단 하나의 앎을 알현해야 한다 온갖 스토리가 난무하는 어둠에 빛이 밝혀질 것이다 무엇이 어둠이고 무엇이 빛인지 확연히 드러나게 될 것..

진짜를 예찬함 2020.10.03

나는 누구인가

인간의 말에 울고 웃고 세상 평가에 온 몸이 반응한다 무지하고 변덕스럽고 욕망에 허덕이는 에고들이 만드는 세상에 자신을 내던진다 부나방처럼 불타죽고 말면서 화려한 날기에 온몸을 내던진다 나는 일회용이 아닌데 억겁의 삶이 지금의 모습으로 화했을 뿐인데 지금 이 순간의 영원성은 나라며 드러나는 정체성 너머를 가리킨다 몸과 생각과 세상은 변하고 또 변하고 스러지고 또 스러진다 변하지 않고 전체인 지금 이 순간의 空은 태초부터 영원으로 실재하는 하느님이라 불리는 여래라 불리고 道라 이르는 온갖 이름을 붙이지만 실재는 이름 붙일 수도 그려낼 수도 없다 이것이 나의 본성이다 하느님이다 神이다

진짜를 예찬함 2020.10.01